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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정] 감정이 없으면 이성도 마비된다?

배몽한 2021. 4. 5. 22:24

두 개의 마음

선택의 기로. 살다보면 두 가지 생각 사이에서 갈등에 빠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들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지만 체중 때문에 멈칫하는 순간,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고 싶지만 거절 당할까 두려워져 망설여지는 상황 등이 있겠습니다. 왜 우리 뇌에서는 이렇게 밀고 당기는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 킵 스미스 교수는 2003년에 '사람이 두 개의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논문을 발표 했습니다.

 

이성과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

스미스 교수는 실험 대상자가 애매한 상황 속 고민하는 뇌 활동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사람이 고민할 때에는 신중한 판단을 하는 뇌 부위와 감정적 판단을 하는 뇌 부위가 동시에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흔히 계산 영역으로 불리는 뇌의 신중한 시스템은 수학과 합리적 결정에 이용되고 감정적인 의사 결정 시스템은 뇌의 원시적인 부분이 담당합니다. 사람은 이처럼 뇌의 이성적인 부위와 원시적인 부위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결심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매우 큰 위험이 따르는 결정을 내릴 때 두려움에 떨 것으로 예측되지만 실제 뇌 단층촬영결과에 따르면 이런 경우에도 치밀한 계산을 하는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또 어떤 경우는 감정적인 시스템이 왕성하게 가동해 계산적인 시스템의 작동을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뇌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감성과 이성의 지배를 동시에 받으며 살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엄청난 양의 감정을 소모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죠.

 

데카르트의 오류 : 감정, 이성 그리고 인간의 뇌

한편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데카르트의 오류 : 감정, 이성 그리고 인간의 뇌』가 이런 현상을 잘 설명한 책입니다. 이 책은 이성과 감정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임을 잘 보여줍니다. 이 책에는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이 왜 이성까지 파괴되는 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나옵니다. 30대 비즈니스맨 엘리엇은 어느 날 뇌종양으로 수술을 받게 됩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나 정상적으로 의사 결정을 못하고 엉뚱한 말이나 행동을 반복해 결혼, 직업, 인간관계, 사업이 모두 파탄에 이르고 말았다고 합니다. 

 

다마지오는 심리적 생리적 시험들을 거친 후에야 문제의 근원을 알게 되었습니다. 엘리엇은 뇌의 오른쪽 전두엽에 입은 손상 때문에 알기는 하나 느끼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엘리엇에게 불타는 집이나 물에 빠진 사람, 지진으로 부서진 집처럼 비참한 사진을 보여주어도 그는 정서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정서적 반응을 처리하는 전두엽 부위가 손상돼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잃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이성과 감성이 적절히 조화될 때에만 정상적으로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책과 영화에 감동하는 것은 뇌가 감정과 이성 투 톱 시스템으로 작동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이처럼 인간은 원초적인 감정의 뇌와 이성적 판단을 내리는 신피질을 통합해 생각을 하게 되며, 감정이 없으면 이성이 마비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 원문